가을에 박스째 사둔 고구마를 아끼려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며칠 뒤 속이 딱딱하게 굳어 먹지 못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고구마는 열대 지방 원산이라 추위에 약한 작물이고, 보관 온도를 잘못 잡으면 맛이 크게 떨어집니다. 오래 두고 달게 먹으려면 어디에 어떻게 두는지가 핵심입니다.

냉장 보관이 고구마에 좋지 않은 이유
고구마는 대략 10도 아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냉해를 입으면 조직이 상하면서 속이 단단하게 변하거나, 익혀도 심이 남는 현상이 생기고, 썩는 속도도 오히려 빨라집니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의 냉장실 온도는 보통 3~5도 안팎이라 고구마에는 너무 차갑습니다. 그래서 생고구마는 냉장고에 넣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온에서 오래 두는 방법
- 흙이 묻은 채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씻으면 표면에 상처가 나거나 습기가 남아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 한 개씩 신문지로 감싸거나, 종이상자에 신문지를 깔고 서로 닿지 않게 담습니다. 비닐봉지는 습기가 차므로 피합니다.
- 통풍이 되고 서늘한 곳,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베란다 안쪽이나 현관 한쪽이 적당합니다. 대략 13~15도 안팎의 환경이 이상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철 베란다가 영하로 내려갈 만큼 추워진다면 박스를 담요나 스티로폼으로 한 번 더 감싸 냉기를 막아주세요.
이미 먹기 좋게 익혔다면 냉동이 낫습니다
한 번에 다 못 먹을 양이라면 쪄서 식힌 뒤 한 개씩 랩에 싸 냉동하는 편이 훨씬 맛이 유지됩니다. 냉동한 고구마는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거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군고구마처럼 먹을 수 있고, 여름에는 살짝 해동해 아이스크림처럼 먹어도 별미입니다. 생고구마 상태로 냉동하면 해동 후 물러지고 단맛이 떨어지니 꼭 익힌 뒤에 얼리세요.
상한 고구마 구별하는 법
겉에 검은 반점이 번지거나 만졌을 때 물렁하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이미 상한 것입니다. 한쪽만 상했더라도 곰팡이 균이 퍼져 있을 수 있으니, 상한 부분만 도려내고 먹기보다는 해당 고구마는 버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박스 안에서 한 개가 상하면 주변에 번질 수 있어 주 1회 정도는 상태를 점검해주세요.
맛있게 숙성시키는 요령
갓 캔 고구마는 전분이 많아 단맛이 덜하고, 실온에서 몇 주 두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더 달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수확 직후보다 한두 달 정도 지난 고구마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만 너무 오래 두면 수분이 빠지고 질겨질 수 있으니, 구매 후 한 달 안팎으로 소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난합니다.
품종에 따라 보관 기간이 다릅니다
고구마는 품종마다 수분 함량과 당도가 달라서 같은 방법으로 보관해도 상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분이 많고 촉촉한 호박고구마나 꿀고구마는 밤고구마보다 상처가 나기 쉽고 물러지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먼저 먹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수분이 적고 포슬포슬한 밤고구마는 비교적 오래 두고 먹기에 유리합니다. 박스를 열면 크기별로 나누어 작고 상처가 있는 것부터 먼저 소비하고, 크고 단단한 것은 안쪽에 두어 나중에 먹는 방식으로 관리하세요.
남는 고구마는 말랭이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 다 먹기 어렵다면 쪄서 얇게 썰어 건조기나 에어프라이어 저온으로 말려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이나 냉동실에 보관하면 간식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껍질째 구워 먹으면 식이섬유를 더 챙길 수 있고, 별도 조미 없이도 단맛이 충분해 아이들 간식으로도 많이 만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싹이 난 고구마는 먹어도 되나요?
A. 싹이 났더라도 고구마 자체가 단단하고 상하지 않았다면 싹 부분을 충분히 도려내고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푸른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한 부분은 도려내세요.
Q. 상자에 넣어 베란다에 두는데 곰팡이가 생겨요.
A. 베란다가 습하거나 통풍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신문지를 자주 갈아주고 한 번씩 상자 뚜껑을 열어 환기시켜 주세요.
Q. 캠핑용 아이스박스에 보관해도 되나요?
A. 냉매나 얼음과 함께 두면 온도가 너무 낮아질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